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채널A가 세월호 유가족을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구별 짓고 ‘행동하는 피해자’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를, 그렇지 않은 피해자에게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단어를 자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홍주현·나은경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조교수가 지난 12월 발표한 ‘세월호 사건 보도의 피해자 비난 경향 연구’ 분석 결과로, 분석 대상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16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타결된 2014년 9월30일까지의 TV조선과 채널A 메인뉴스 관련 보도다.

해당 연구는 참사 직후 5개월을 5단계로 나누었는데 대통령이 사과한 시기를 1기,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란이 시작된 시기를 2기,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이 이루어진 시기를 3기,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정치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은 시기를 4기, 특별법 협상 타결 직전을 5기로 보았다.

▲ 세월호 참사 단원고 유가족들이 지난해 12월 열린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연구진은 각 시기마다 해당 채널의 메인뉴스에서 사용한 단어와 이 단어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분석해 정치적 성향에 따라 피해자를 보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단원고 유가족은 ‘일탈적 행동하는 피해자’로, 일반인 유가족은 ‘합법적 지각하는 피해자’로 설정했다.

1기 중 단원고 유가족 보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세월호, 유가족, 청와대 순이며 선동/민주노총/참사/퇴진/정치 등도 6위를 차지했다. 이어 침묵시위/대통령이 7위를, 침몰/좌파/진보연대 등의 단어가 8위를 차지했다. 10위를 차지한 단어 가운데는 민노당/범민련 등도 있다.

해당 단어들이 연결된 구조를 보면 유가족은 좌파-선동으로 연결되고 좌파는 촛불집회-통진당으로 연결된다. 세월호는 민주노총-선동-정치와 연결되고 민주노총은 반정부라는 단어와도 연결돼 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세월호 집회가 반정부 성격을 띤다고 강조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시기 일반인 유가족 보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유가족, 세월호, 희생자 순서였으며 ‘정치적으로’ 라는 단어가 6위, 이용하지/촛불 이 7위를 차지했다. 순수한/유경근/공식/면담 등의 단어는 8위를 차지했다. 단어들 간의 조합을 봐도 유가족-정치적으로, 유가족-집회-의견-달라 등이다.

▲ 2014년 8월25일 TV조선 뉴스쇼판 보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란이 시작되면서 유가족들이 촛불 집회에 참여한 2기에는 집회와 함께 충돌/민주노총/진보단체/진보/퇴진 등의 단어가 5번째로 많이 언급됐으며 한총련/박근혜/좌파 라는 단어도 6위를 차지했다. 단어 조합을 보면 세월호-전교조-참여연대, 세월호-집회 등이다. 집회-불법행위-폭력, 집회-폭력행위-폭행-경찰로 이어지는 조합도 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진보 단체가 주말에 집회하는 것을 강조하는 등 ‘집회 불법성 강조 프레임’”이라며 “반면 일반인 희생자 보도와 관련해서는 ‘참석하지’ 혹은 ‘정치적’ 등의 단어가 자주 언급되면서 1기와 마찬가지로 단원고 유가족과 구분 짓는 ‘희생자 분리 프레임’”이라고 분석했다.

대리기사 폭행 논란이 발생한 5기의 경우 단원고 유가족 보도에서 대리기사 라는 단어가 3위, 의원이 4위, 김현이 5위를 차지했다. 혐의/경찰/가족대책위/폭행 등의 단어는 7번째로 많이 언급됐다. 단어 조합 결과를 봐도 유가족-경찰-폭행-사건, 유가족-경찰-김현-폭행혐의, 유가족-대리기사-폭행-사건으로 연결된다.

반면 같은 시기 일반인 유가족의 경우 희생자, 일반인 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다르게/봐 달라/결정했습니다/ 철수하기로/ 34명 등의 단어도 2차례씩 언급됐는데 이에 대해 연구진은 “(해당 뉴스가)세월호 유가족와 일반인 유가족을 구분 지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이들 채널 메인뉴스는 세월호 피해자를 일반인 유가족과 단원고 유가족으로 나눈 다음 일반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동정심을, 단원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범법자로 명명하고 비난함으로써 이들의 행동이 정상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피해자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프레임하는 것은 시청자의 현실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시청자 의견의 편향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진은 단원고 유가족 등의 ‘일탈적’ 행동에 대해 “힘이 없는 조직이나 집단은 정상적으로 행동할 때보다 일탈할 때 뉴스 가치가 있으며 이때 언론으로부터 주목 받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언론이) 이런 개인적 차원에서 피해자 행위에만 주목한다면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유사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