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에 나선 고교생 등 462명을 태운 세월호 침몰 사고에 언론들은 무리한 취재경쟁과 보도로 ‘2차 가해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방송사 가운데는 특히 MBC의 보험금 보도가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MBC는 16일 <특집 이브닝뉴스> 리포트 ‘"2달전 안전검사 이상 없었다"…추후 보상 계획은?’에서 “먼저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한 사람당 최고 3억 5천만 원, 총 1억 달러 한도로 배상할 수 있도록 한국해운조합의 해운공제회에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도 단체여행자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상해사망 1억원, 상해치료비 5백만원, 통원치료비 15만원, 휴대폰 분실 20만원 등을 보상한다”고 전했다.

보도가 나가자 당장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뉴스 당시 293명의 실종자에 대한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고 피해자들이 받을 보험금을 소개하는 건 ‘일반적인 정서와 상식에 어긋난다’며 “이미 침몰된 MBC”라는 질타가 나왔다. MBC 보도는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해 수온에 따른 생존가능성을 보도한 CNN과 비교되면서 ‘부끄럽다’는 반응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 트위터리언은 “돈 문제는 구조작업이 다 끝난 후 선체가 인양된 후에 해도 늦지 않아 보인다”고 했고, 다른 트위터리언은 “실종자 생환과 현장소식에 집중해야할 공영방송이 보험료라니요”라고 분노했다. 변상욱 CBS 기자는 “자기들 관심위주로 전하는 기성언론의 고질적인 허위의식과 우월병”이라고 남겼다.

지상파3사 가운데 보험료를 소개된 보도는 MBC밖에 없었다. <이브닝뉴스>를 담당하는 MBC 이 아무개 편집부장에게 보도 경위를 물어봤으나 “현재 특보 준비라 시간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 CNN 보도와 MBC 보도를 비교한 이미지
 
앞서 조선닷컴, 동아닷컴 등 일부 언론들이 보험료 기사로 비판을 받은 상태에서 MBC가 전파를 통해 이와 유사한 보도를 전하자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온라인판 뉴스 조선닷컴은 <세월호 보험, 학생들은 동부화재 보험, 여객선은 메리츠 선박보험 가입> 기사를 내보냈다.

현재 세월호 침몰사고를 전하는 언론들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이 “조회수로 저 기자에게 돈 들어가는 거 아까워서 캡쳐까지 해드린다”며 일간스포츠의 기자 실명을 공개했다. 이 기자는 <여객선 침몰로 ‘울음바다’…음악방송 결방되나>라는 기사를 떴다. 대표적인 키워드로 조회수를 올리는 ‘어뷰징 기사’다.

네이버도 16일 “자극적인 편집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뉴스스탠드에 뉴스를 제휴하는 언론사들에 보낸 메일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참고요청>을 통해 “오늘 오전 진도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뉴스스탠드 내 관련 기사에 대한 이용자 항의도 다수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16일 오후 한차례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킨 JTBC의 경우 즉각적인 사과와 손석희 보도 부문 사장의 공개 사과로 수습에 나섰다.

손석희 사장은 <뉴스 9>에서 “저는 지난 30년 동안 갖가지 재난보도를 진행해온 바 있다. 제가 배웠던 것은 재난 보도일수록 사실에 기반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과 무엇보다도 희생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 손석희 JTBC 보도 부문 사장
 
손 사장은 “오늘 낮에 여객선 침몰 사고 속보를 전해드리는 과정에서 저희 앵커가 구조된 여학생에게 건넨 질문 때문에 많은 분들이 노여워했다.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나마 배운 것을 선임자이자 책임자로서 후배 앵커에게 충분히 알려주지 못한 저의 탓이 가장 크다. 깊이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JTBC 앵커는 구조된 여학생에게 “다른 학생들 연락은 가능한가”, “어떻게 나왔나”, “충돌 소리를 들었나” 등의 질문을 했다. 이런 가운데 “친구가 사망했다는 걸 알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자 여학생은 “못 들었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기사일부수정] 4월 17일 오전 11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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