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에 대한 KBS 이사회의 해임제청결의안이 상정됐다. KBS 이사회는 26일 오후 4시 이사회를 열고 해임상정안을 상정하면서, 28일 정기이사회에서 정식 의결을 통해 처리키로 했다.

이날 이사회는 11명의 이사 중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사회는 이미 지난 21일 논의 끝에 이날 해임제청안을 상정키로 했고, 이날 만장일치로 상정했다. 해임제청안 상정이 늦어진 것은 야당추천이사들이 발의한 해임제청안에 21일 길환영 사장의 KBS 사내 특별담화문 발표를 반영시키기 위함이다.

이날 길환영 사장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조준상 KBS 이사는 “사장의 서면답변은 특별담화문을 요약한 정도”라며 “세월호 참사 보도, 6·4지방선거 보도 월드컵 중계 등을 해야 하니 KBS가 정상화 돼야 한다는 내용 정도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해임제청안까지는 올라갔지만 관건은 통과될 수 있을지 여부다. 우선 길 사장 해임에 대한 내부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KBS본부)가 23일 투표율 93%, 파업찬성 94.3%로 총파업을 가결한데 이어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도 27일 총파업 찬반투표 절차를 마무리한다. 양 노조는 공동총파업을 모색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회장 조일수)의 제작거부도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KBS뉴스의 파행운영이 이어지고 있고, KBS PD협회도 이사회 결과에 따라 23일 한 차례 제작거부에 이어 추가 제작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보직사퇴도 이어져 23일 KBS의 월드컵 중계 담당 부장급 5명이 보직을 사퇴한데 이어 사장 직속부서인 홍보실 부장도 사퇴했다. KBS 경영협회도 길 사장에 대한 퇴진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퇴진찬성이 84.8%로 반대 15.2%로 월등히 높았다.

   
▲ 26일 KBS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언론노조 KBS본부가 전국조합원 총회를 갖고 이사회가 길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하지만 길환영 KBS 사장은 퇴진의사가 없는 모양새다. 길 사장은 지난 21일 특별담화문을 발표해 청와대 연루설, 보도개입설 등을 부인하고 양대 노조의 총파업 등에 경고를 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9일 길 사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에 참여한 KBS본부 조합원 8명을 폭력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하는 등 강경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KBS문제에 침묵하고 있어 여당 추천을 받은 이사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KBS 이사회가 길 사장을 해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추천 이사인 조준상 이사는 “과연 (수요일에 여당추천 이사들이) 표결을 할지 아니면 대체안을 내려고 할지, 시간 끌기를 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KBS본부 측 관계자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기대는 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이 정파 간의 대립 문제가 아니고 현 시점에서 내외부에서 퇴진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등 길환영 사장이 사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의 양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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