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태백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와 관련해 1인 승무 시스템이 사고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사고는 지난 22일 오후 5시 53분께 강원 영동선 태백역-문곡역 사이에서 무궁화호 열차와 관광열차(O트레인)간 정면충돌 하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승객 1명이 사망하고 90명이 부상을 당했다. 코레일은 24일 이 사고와 관련해 4명의 직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무리한 1인 승무를 고집하는 한 이 같은 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고는 관광열차가 정차신호를 무시한 데서 시작됐다. 사고가 발생한 문곡역 구간은 단선 구간으로 원래 한 열차만 지나갈 수 있다. 그런데 두 대의 열차가 동시에 진입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계획대로라면 관광열차는 문곡역에 정차해 무궁화호 열차가 지나간 다음에 해당 구간에 진입했어야 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관광열차는 정차신호를 무시했다.

코레일은 관광열차를 책임진 지역본부장과 기관차승무사업소장, 지도운용팀장, 기관사 등 4명을 직위 해제했다. 각종 안전시스템에도 기관사가 정지신호를 확인하지 않는 등 안이한 근무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직위해제의 배경이다. 또 코레일은 근무기강 확립을 위해 ‘운전취급자 규정 지키기’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특별 안전교육’도 한다. 즉 인재라는 판단이다.

철도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철도노조는 해당 사고가 ‘무리한 1인 승무’라는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사고 당시 무궁화호 열차에는 2명의 기관사가 타고 있었던 반면 관광열차에는 1명의 기관사만 타고 있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해당 구간은 1인 승무를 해서는 안 되는 구간이다. 노사가 1인 승무를 합의한 경부선, 호남선과 달리 신호시스템이 낙후됐기 때문이다.

   
▲ 22일 오후 5시 53분께 강원 영동선 태백역-문곡역 사이에서 무궁화호 열차와 관광열차(O트레인)간 정면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노컷뉴스
 
철도노조와 코레일이 합의한 경부선, 호남선은 ‘자동 열차 방호 장치(Automatic Train Protection’ 시스템이 구비돼 있다. 이는 몇 단계 신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호를 놓쳤을 경우 자동으로 속도를 조정하는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 시스템이 전제돼야 1인 승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고가 난 태백 구간은 단선일뿐더러 ATP 시스템이 도입돼 있지도 않다.

중앙선 일부(청량리-제천)와 영동선 일부(동해-강릉)도 같은 환경이다. ATP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은 단선 구간에서 1인 승무를 시행하고 있다. 사고가 난 태백 구간의 경우 관광열차만 1인 승무이며 화물열차, 여객열차는 2인 승무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25일 미디어오늘에 "시스템이 낙후돼 있으며 단선이 포함된 구간이라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1인 승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발생한 대구역 3중 추동 사고에서도 1인 승무가 사고 요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경부선 대구역에서 서울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출발신호보다 빨리 운행하면서 서울행 KTX 측면과 부딪혔다. 이어 서울행 KTX는 선로를 이탈하면서 하행선 KTX와 충돌해 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무궁화호 기관사였던 홍아무개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예전과 달리 혼자서 운행과 신호 안전 등을 책임지다 보니 제대로 업무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도 1인 승무가 사고를 크게 키웠다고 평가받고 있다. 당시 당황한 기관사는 전동차 전원을 조정하는 열쇠를 뽑고 먼저 탈출했다.

따라서 1인 승무로 운영할 경우 오직 기관사 개인의 주의력에 의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철도노조는 "인적 오류가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인재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뒤 1인 승무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철도노조는 “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대와 경고에도 무리하게 1인 승무를 강행한 코레일 경영진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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