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분리공시가 무산된 배경에 삼성전자와 산업부의 반대가 있었다는 점이 공식 확인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 문병호 의원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9월24일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방통위가 추진한 휴대전화 단말기보조금 분리공시 고시안이 무산된 것은 삼성전자와 산업통상부의 반대 때문이었던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투명한 보조금 지급을 명목으로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분리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9월 24일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회의에서 분리공시 조항 삭제를 권고하면서 이는 무산됐다. 분리공시 없는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은 도입 전부터 ‘누더기 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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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호 의원이 정무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2014.9.24. 규제개혁위원회 회의자료 규제심사안’에는 분리공시에 관한 이해관계자들 의견이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 이통3사, LG전자, 팬택, 알뜰폰협회, 유통협회,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등은 제조사 및 이통사 지원금의 분리공시를 요청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산업부는 분리공시 미반영을 요청했다.

   
▲ 자료=문병호 의원실 제공. 강조는 미디어오늘
 

9월 24일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회의록을 요약한 심사내용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이통3사와 팬택은 “분리공시는 단말기 유통법의 실효성 및 지원금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며 제조사 영업비밀이 침해되지 않아 상위법 위배가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삼성전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분리공시 근거가 없으며, 장려금의 전부 또는 일부 공개로 제조사의 영업비밀이 노출되어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이날 규개위는 분리공시 조항 삭제를 권고한다. 법제처의 의견 등을 검토한 결과 “분리공시는 상위법인 단말기 유통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되고 분리공시를 고시에 정하는 것은 규제법정주의에 비추어도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 9.24 규개위 회의록 요약본 발췌. 자료=문병호 의원실 제공
 

문병호 의원은 “미래부와 방통위는 물론 이통사와 다른 제조사, 다수의 소비자단체들이 도입에 찬성한 분리공시제도가 삼성전자와 산업부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삼성의 힘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분리공시가 무산된 배경에 삼성전자의 반대가 있다는 점은 국정감사에서 여러 차례 언급됐다. 미방위 소속 송호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3일 열린 미래부 국감에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에게 ‘기획재정부가 분리공시에 반대한 이유’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최 장관은 “기재부가 삼성전자의 반대 의견을 검토해서 그렇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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