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 37명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지지의사를 밝히며 삼성에 제대로 된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이들 가운데 27명은 기존에 산업재해를 신청했고 나머지 10명은 오는 28일 산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19일 오후 발표한 삼성에 대한 요구문에서 “삼성은 더 이상 핑계대거나 책임 회피를 하지 말고 지금이라고 성실하게 협상하고 제대로 된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족들이 이 같은 성명을 발표한 이유는 삼성-반올림-가족대책위의 3자 교섭에서 반올림의 요구안이 배제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산재 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나 보상할 수는 없다”는 삼성측 입장을 두고 “근거도 없으면서 함부로 피해자들을 보상에서 배제할까봐 걱정이 된다”며 “교섭장에 직접 나온 사람들부터 보상하겠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교섭장에 나가지 못할 만큼 힘겨운 처지의 사람들 보상은 나중에 정해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현재 교섭에 참가하고 있는 피해자(가족)은 8명이다.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서 일하다 질병을 얻은 피해자들이 지난해 12월 18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삼성전자와 본교섭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반올림 제공
 

이들은 산재 신청이 아니라 발병을 근거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특정 질병이 아니라는 이유, 직영 직원이 아니었다는 이유, 특정 업무를 한 게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함부로 보상에서 배제하지 말고 삼성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사람들 모두에게 폭 넓게 보상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발병의 원인을 알기 위해 화학물질 공개도 요청했다. 그간 삼성은 보관하거나 사용 중인 화학물질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앞으로 이런 고통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알고 싶다”며 “삼성은 이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훗날 이 정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숨김없이 제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재발방지대책에 대해서도 반올림이 내놓은 안전보건상태 종합진단과 외부감사제도를 지지했다. 가족들은 이를 두고 “회사 눈치를 보지 않도록 철저하게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람들로, 그리고 투명성 보장은 기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가 아픈 과거를 들추면서까지 진실 규명에 나서는 것은 삼성의 긴 침묵과 사회의 차가운 무관심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가족대책위에 있는 가족 6명은 지난 17일 성명에서 “교섭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더 많은 책임을 느끼고 죄송하다”면서 “심려 끝에 내놓은 조정위원회인 만큼 존중하고 우려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반올림은 제3의 중재기구인 조정위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며 가족대책위와 삼성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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