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법률로만 다투는 법률심이기 때문에 사실심인 2심의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해고노동자들의 법률대리인인 김태욱 변호사는 ‘다투는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법부가 갈수록 친기업적인 판단을 내리는 흐름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정리해고법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일 때 해고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장래 닥칠 위기’만으로도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번 쌍용차 판결이 그러하다. 경영자의 재량을 지나치게 보장하는 판단도 이어지고 있다. “(인력운용은)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상 이유나 경영권은 헌법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현실에서는 경영권을 상회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없는 것 같다”며 근로기준법 24조 1항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24조 1항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경영상의 필요’를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은 비단 쌍용차 판결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정리해고 사건을 보면 하급심에서 승소했음에도 대법원에 가면 노동자가 패소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김태욱 변호사는 “대법원이 근기법상 정해진 정리해고 요건을 근거 없이 완화해서 해석하기 때문”이라며 “대법원이 일종의 입법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인데 월권적 행위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 대법원
 

쌍용차의 경우 회계조작도 논란이 됐다. 존재하지도, 일어나지도 않은 경영상의 위기를 조작했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고등법원은 이를 인정해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회계자료만 잘 만들면 얼마든지 경영진 마음대로 해고가 가능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의 시발점이 된 안진회계법인의 회계 감사보고서 분석을 맡았던 김경률 회계사는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가 다르다. 1심과 2심에 각각 제출된 감사조서, 금감원에 제출된 조서 등의 숫자가 다르다”며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는 부모와 자식의 DNA가 같듯이 같아야 한다. 다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계사는 회계조서에 서명이나, 일자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회계사 사이에서는 일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리해고의 근거가 된 유형자산 손상차손(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손실)을 계상한 부분도 논란거리다. 당시 쌍용차는 향후 신차 개발이 없고 기존 차종 7개 중 4개도 단종 시키겠다며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계상했다. 그러나 이는 계속기업 가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쌍용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쌍용차의 부채비율은 561%에서 187%까지 떨어지게 된다. 2008년 9월말 기준으로 기아차의 부채비율은 178%, GM대우는 184%였다. 

회계사들이 권위를 독점하면서 지식권력이 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기에는 프랑스와 같은 제도가 해법이 될 수 있다. 프랑스는 50인 이상 정리해고를 할 경우 노동조합이 회계사를 선임해 기업경영을 분석할 수 있다. 정리해고를 할 만큼 경영이 어려운지 노동자가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고노동자들의 해고무효 소송은 이렇게 끝나는 것일까. 대법원은 지난 13일 쌍용차 해고무효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경우는 드물다. 한 언론은 “사법부 구조상 파기환송심에서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백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는 남아있다는 것이 해고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쌍용차 측의 주장이 바뀐 것과 그간 거론되지 않았던 고용안정협약 등을 추가로 거론할 예정이다. 고용안정협약은 회사에 큰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쌍용차는 2006~2008년간 3회에 걸쳐 이를 체결했다. 쌍용차의 논리대로라면 위기가 있는 상황에서 두 번이나 고용을 약속한 셈이다. 따라서 이는 고용안정협약에 어긋난다. 

김태욱 변호사는 정리해고 당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쌍용차는 오히려 이에 반대되는 조치(교대조 감축)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를 근거로 쌍용차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판단을 다시 받아낼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확신 있게 말하지는 못 하겠지만 대법원 판단의 근거가 된 사실 관계가 바뀌면 파기환송심의 결과도 바뀔 수 있다. 다퉈볼 여지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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