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종교인 과세 방안이 도마에 올랐다. 종교인들의 저항에 부딪힐 경우 표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치권에서 대폭 후퇴된 '누더기' 방안마저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의 과세 방안은 종교인의 소득을 '사례금'으로 분류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안이다. 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하고 20%의 소득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해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이 소득이 발생하면 20만원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해 4만원을 납부하는 식이다. 결국 4%의 세율 적용을 받게 돼 있다. 근로자 소득세율은 최대 38%까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안(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올라와 있다. 정부안은 1968년 이후 논의가 시작된 이후 제자리걸음이었던 종교인들의 ‘소득’에 대해 처음으로 과세하겠다는 의미가 크지만 일반 근로소득자와 비교하면 형평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반 입장을 달리하는 학계와 종교계에서 정부안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성직 활동은 노동이 아니다?

우선 종교인 과세 문제는 종교인들의 성직 활동을 '노동'으로 볼 것인지부터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김광윤 교수(아주대학교 경영학과)는 지난해 시민사회단체 토론회에서 "종교인도 국민이므로 국가운영경비인 세금 부담에 대해 예외가 없어야 한다"며 "종교인의 탈세는 지하경제 양성화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과세당국이 직무유기하지 말고 엄정히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인의 활동도 노동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종교인들은 성직 활동의 성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병대 목사는 27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상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신적 소명에 따라 특수한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라며 "노동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근로를 통해 일정 소득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목사들은 먹고 살기 위해 목회를 하는 것이 아니다. 먹고 살려면 차라리 일용직 노동을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종교인 과세 문제는 갈등과 대결의 장으로 신앙을 변질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병대 목사는 "일부 교회에서 부목사들을 노동자라고 해서 노동조합을 만든 일이 있었는데 법원 판결에서 성직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선고해 조합이 없어졌다"며 "성도들은 목회자들이 근로자로 비춰지는 것을 싫어하고 소위 돈을 위하는 성직자들을 '삯꾼'이라고 해서 목사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의 사례비를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게 되면 부목사, 사무 관리 직원도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게 되면서 노동조합 결성을 시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결속이 아닌 갈등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만우 교수(고려대 경영대)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경제협력기구 회원국 중 우리나라에서만 문제되고 있는 종교인 소득 과세 문제는 논란이 되는 것 자체로 국가적 망신거리"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종교 활동이 근로가 아닌 봉사이기 때문에 사례금 또는 목회비 명목으로 수령하는 금품은 근로소득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견해는 종교인의 합의사항이 아니다"라며 "종교 활동과 관련해 어떤 명목이든 금품을 수령했다면 근로소득 범주에 포함된다"고 반박했다.

천주교가 지난 1994년 성직자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하고 일부 대형교회도 자발적으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미 종교인들의 성직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더구나 천주교 신도가 1995년부터 200만 명으로 급격히 늘어난 것도 천주교의 자발적인 납세 활동이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종교 과세 정부안, 찬반 모두 부정적

종교인 과세 문제는 종교인의 노동에 대한 시각과 정부의 종교 간섭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정치권에서도 오래되면서도 식지 않은 ‘뜨거운 감자’가 돼 왔다. 

종교인 과세 문제 제기는 지난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세청장 명의로 목사와 신부 등 성직자에게 갑종 근로 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됐다. 그러다가 지난 1992년 한명수 목사와 손봉호 교수가 지면을 통해 릴레이 논쟁을 이어가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2006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며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국세청장을 상대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고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번번이 논쟁만 돼왔을 뿐 사회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재 정부안은 지난 2012년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종교인 과세 질문을 받고 과세 찬성 입장을 밝히고 난 후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법안 내용을 보면 '누더기'라고 할 만큼 과세 효과가 미미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이마저도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만우 교수는 "종교인의 소득을 사례금이라고 분류해 기타소득으로 넣은 것은 세제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사례금은 고정적 수입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발생된 소득이다. 실효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 소득구분을 근로소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인들도 다른 이유로 이번 정부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병대 목사는 "고정적으로 매월 사례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강연을 했을 때 일시적이고 불특정으로 발생하는 사례를 소득으로 과세하는 것부터 법 자체가 잘못됐다"며 "국회에서는 근로소득세법의 틀을 깨지 않고 국민 여론에 떠밀려 법도 정비하지 않고 덤비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국회 전경 사진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부안은 종교인 사이에서도 과세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놨다. 대형 교회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많기 때문에 세율 감액이 더욱 증가하게 되면서 종교인들 사이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안에는 저소득 종교인을 위한 근로장려금 지급을 안을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종교인들은 반대한다. 이병대 목사는 "근로장려금은 자녀 유무와 재산 상태 등을 따져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지급되는데 마치 소득세를 내면 종교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처럼 비춰져 있다"며 "일부에서는 이번 정부안이 종교인들에 대한 배려를 해줬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땜빵식으로 국가가 종교인 소득에 특혜를 준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표류’ 중…연내 통과 물 건너 가나

정부안대로 할 경우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해 200억 원 정도의 세수 효과를 두고서도 종교인 과세 여부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과세 규모가 크지 않는데도 종교인들의 저항이 거세고 정치권이 눈치를 보고 있어 향후 법안이 통과될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부족한 방안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논리이다. 반면, 국가 전체로 보면 불과 200억원에 불과한 과세 방안을 밀어붙일 바에야 차라리 관련 법정비를 마치고 난 뒤 논의하자는 주장이 있다. 

오히려 과세 효과가 높은 종교 시설이나 물품 구매 금액에 부가세를 붙여 '사업자'의 탈세를 막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종교 관련 물품을 구매하면 5만원 이상인 경우 세금 계산서를 끊게 하고 부가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한 논쟁은 뜨겁지만 국회에서는 말 그대로 ‘표류’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정부의 소득세법 시행령 시기는 2015년 1월 1일로 잡혀 있지만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사실상 종교인 과세 방안이 폐기처리 된다"며 "정부안을 논의 중인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드라이브를 걸만한 동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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