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사건 선고가 열립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특정 정당을 강제해산해달라며 소송을 걸었다는 사실도 초유의 일이지만, 만약 내일 헌재가 ‘해산’을 결정하게 된다면, 이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초유의 일로 기록될 것입니다.
 
헌법 제8조,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가 보장됩니다. 다만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됩니다. 법무부는 RO가 국가의 존립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통합진보당이 ‘종북당’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법무부가 말하는 ‘종북’의 개념이 모호합니다. 실제로 지난 30여년간 국민승리21, 민주노동당 등을 거치며 대중정당 역할을 했던 통합진보당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명확한 증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있다는 증거가 RO모임 녹취록인데, 이들이 통합진보당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며 그 내용도 황당해서 실행가능성도 없어 보입니다.
 
SNS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높습니다. “정권이 말끝마다 종북종북 색깔론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더니 급기야 진보당을 해산시키려 한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일정 비율의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당을 ‘강제로 해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 피청구인석에 앉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최후공개변론을 기다리고 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지금 백척간두에 선 것은 통합진보당의 운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이고 헌법재판소의 내일”이라고 말했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정당에 대한 심판은 국민 고유권한임이 현대 민주주의의 본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더 이상한 일은 왜 하필 19일이냐는 것입니다. 최종변론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정부가 제출한 증거가 2908호가 넘고 참고자료와 서면까지 합하면 17만여쪽에 이른다고 알려졌다”며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윤회 게이트’ 국면을 바꾸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19일이 마침 대선 2주년이란 상징성도 있어 ‘택일’됐다는 의혹입니다. 트위터에서도 “정윤회 상쇄용이 아니냐”, “헌재의 박근혜에 대한 선물 또는 국면전환용 대대적 공안몰이 신호탄, 염려된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그러나 “두 사건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반면 이미 국면전환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 정권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통일콘서트에 대한 테러와 종북논란을 부채질하고,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선고와 조현아를 이용하고 있다. 이미 국면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것이 국면전환을 위한 ‘쇼’이든 무엇이든, 일단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내 당도 아닌데, 왜 막아야 하나? 그것은 국가가 국민들이 만든 정당을 임의로 해체하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정당해산은 통합진보당만을 겨냥한 화살이 아니다. 모든 진보진영에 대한 공격의 서막이다. 정파, 당파를 떠나 힘을 모아 함께 민주주의 사수를 위한 바리케이트를 치고 저항하자. 이 바리케이트가 뚫리면 암흑의 시대가 온다. 내일은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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