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이 방송 중 ‘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잇단 법정제재를 받았지만, 채널A의 반복된 일베 이미지 사용에 대해선 ‘권고’ 조치에 그쳐 심의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채널A는 지난달 7일 방송된 시사프로그램 <쾌도난마>에서 서울대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한 사건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채널A 제작진은 서울대 정식 로고가 아닌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만들어 유포한 이미지를 사용해 4일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의견진술을 했다.

<쾌도난마>는 당시 문제가 된 화면에서 서울대 교수의 성추행 녹취파일 내용을 피켓을 통해 소개하면서 서울대 심볼인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 문구가 새겨진 로고 대신 일베 회원이 만든 ‘ILBE TAS’ 문구가 적힌 로고를 약 40초간 내보냈다.

앞서 SBS는 지난 2013년 9월 <8 뉴스>에서 ‘연고전’을 소개하는 뉴스를 보도하면서 연세대 마크 대신 일베 로고(ㅇㅂ)를 사용해 법정제재인 ‘주의’ 징계를 받았다. 이전에도 채널A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 프로그램에서 일베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음영 이미지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 지난달 7일 방송된 채널A <쾌도난마> 방송 화면 갈무리
 

이날 방송심의소위에 출석한 이기홍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은 “프로그램에서 서울대 로고를 잘못 사용한 점은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이점을 깊이 사과한다”며 “다만 발견 즉시 다음 방송에서 앵커가 사과했고, 관련자 엄중 문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시행한 점을 감안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부본부장은 이어 “방송 당시에는 면밀히 살피지 못해 인지하지 못 했고 방송 직후 해당 이미지를 만든 사람이 댓글을 올린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외부 이미지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할 경우 CP-부본부장-본부장의 3단계 이상 허가를 받아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의 박신서 위원은 “유사 사례의 인지효과가 있었음에도 이같이 똑같은 부주의한 화면이 나간다면 조금 더 방송사의 주의 요구를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피켓으로까지 인쇄해 가까운 거리에서까지 방송된 화면을 못 봤다다는 것도 문제”라고 ‘주의’ 의견을 냈다.

반면 정부 추천의 함귀용 위원은 “방송사가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시청자에게 즉시 같은 방송프로그램에서 얼마나 빨리 사과했느냐가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며 “연세대 심볼 마크와 거의 동일한 사안이지만 <쾌도난마>는 종편 방송이고 토요일 방송 후 다음 월요일 방송에서 바로 제작진의 실수를 사과한 점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고려해 ‘권고’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쾌도난마>의 문제의 장면은 심의위원 5명 중 야당 추천의 박신서·장낙인 위원이 ‘주의’ 의견을 냈지만, 정부·여당 추천의 김성묵 위원장과 함귀용·고대석 위원의 다수 ‘권고’ 의견에 따라 행정지도키로 결정했다.

한편 심의위원들은 TV조선 앵커가 생방송 도중 한국일보 기자에게 “쓰레기”라고 모욕한 사안에 대해서도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 유지) 위반을 적용해 ‘권고’ 조치하기로 했다. 
   
엄성섭 TV조선 앵커는 지난달 11일 오후 생방송 된 <엄성섭 윤슬기의 이슈격파> 프로그램 도중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녹취해 새정치민주연합에 건넨 한국일보 기자에게 “이게 기자입니까? 쓰레기지”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관련기사 : TV조선 앵커, 생방송 도중 한국일보 기자에 “쓰레기”)

이에 TV조선은 바로 자막을 통해 사과했고, 엄 앵커도 방송 다음 날인 12일 “이완구 총리 후보자 녹음 파일 논란과 관련해 방송에서 해선 안 될 부적절한 표현을 쓴 점을 한국일보 기자에게 정중히 사과한다”며 “앞으로 신중하고 정중한 방송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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