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권을 둘러싼 연합뉴스 노사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연합뉴스는 27일 편집권 보장제도이자 단체협약으로 명시된 편집총국장을 공석으로 둔 채 임면동의 투표 없이 이창섭 논설위원을 30일자로 편집국장 직무대행에 앉혔다. 편집총국장 기능을 무력화하고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은 것이다. 

박노황 신임 사장이 지난 25일 취임사를 통해 “회사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편집총국장제와 같은 불합리한 요소들은 과감히 개선할 것”이라고 밝힌 지 이틀 만의 일이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오정훈, 연합뉴스지부)는 “단체협약 위반에 대한 법적 조치에 돌입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 박노황 연합뉴스·연합뉴스TV 사장. (사진 = 김도연 기자)
 

연합뉴스지부가 이처럼 반발하는 까닭은 편집총국장이라는 제도가 경영과 편집의 독립 원칙을 지켜주던 제도였다는 데 있다. 편집총국장은 단협상 ‘편집인’으로서 사장이 지명한 총국장 내정자는 기자직 사원 3분의2 이상이 참여하고, 이 가운데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임면동의투표를 거쳐야 한다.

또 구성원들은 총국장이 공정 보도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중간 평가를 통해 확인한다. 사내 민주주의를 제고하고 공정 보도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 됐던 것. 이 제도는 2012년 연합뉴스지부의 103일 파업의 결과물이다. 

연합뉴스지부는 이 밖에도 사측이 편집국을 편집총국장 산하에서 콘텐츠융합담당상무 이사 산하로 이관했다는 점, 지방국·국제국 산하부서를 편집국으로 이관하면서 국장 직제를 없애고 제작국장 임면동의 투표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점 등도 문제 삼았다. 

연합뉴스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자 불법행위로 연합뉴스 노사가 1987년 이후 지켜온 신의의 결정체이면서 회사가 정한 제 규정·규칙·내규에 우선하는 단체협약을 무력화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지부는 “현행 단체협약과 직제에 편집총국장직이 명시돼 있는데도 편집총국장과 편집국장 자리를 공석으로 놔두고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임명한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조치”라며 “게다가 편집총국장을 면직할 때 동의 여부를 묻지 않은 것도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편집총국장 아래 있던 편집국을 콘텐츠융합담당상무 이사 산하로 옮겨 경영진의 압력에 노출한 것은 편집과 경영 분리의 원칙에 위배돼 공정보도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사측의 단체협약 위반에 대한 법적 조치에 돌입하는 것은 물론 편집권독립 사수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며 강고한 대오를 유지하며 힘을 모아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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