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얼굴이 합성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이미지를 또 내보낸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에 앞서 TV조선도 동일한 일베 이미지를 방송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6일 방송된 TV조선 시사대담 프로그램 ‘강적들’에선 영화 ‘암살’의 흥행 돌풍의 이유에 대해 분석하면서 지난 16일 SBS ‘한밤의 TV 연예’에서 노출됐던 포스터와 같은 ‘암살’ 변형 포스터를 내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일베 회원이 만들어 배포한 이 ‘암살’ 변형 포스터에는 영화 속 독립운동가 황덕삼 역을 맡은 배우 최덕문의 얼굴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돼 있다. 

TV조선은 이날 ‘강적들’ 진행을 맡은 방송인 강용석씨가 “암살도 그렇고 국제시장도 그렇고 어떤 시대를 다루건 아무 상관이 없는데 메시지 과잉이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영화 ‘국제시장’ 포스터와 함께 이 포스터를 약 5초간 내보낸 것이다. 

   
지난달 26일 TV조선 ‘강적들’에 방송된 영화 ‘암살’ 포스터를 변형한 일베 이미지.
 

‘강적들’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일베 게시판에서 한 회원은 자신이 ‘암살’ 합성 포스터를 만들었다고 소개하며 “자다 일어나서 인기글을 둘러보니 익숙한 짤이 보였다”며 “일베 5년 하면서 처음 세운 업적이라 너무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한편 SBS는 지난 16일 방송된 ‘한밤의 TV 연예’의 ‘빅썰 연예계 닮은꼴 천태만상’ 코너에서 영화 ‘암살’을 소개하는 도중 해당 일베 포스터를 내보낸 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날 방송분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한밤의 TV 연예’ 제작진은 17일 오전 시청자 게시판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되지 말아야 할 이미지가 어떤 이유로든 전파를 탄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생방송 프로그램의 특성상 최신영화의 이미지를 급하게 찾는 과정에서 자료에 대한 검증에 소홀히 한 잘못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SBS 측은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더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가족, 시청자 여러분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SBS는 일베에서 제작된 이미지이나 음원을 사용해 지금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총 6번의 징계를 받았다. 일베 자료 건으론 지상파와 종편을 통틀어 최다 제재 기록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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