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안심 전화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도입에 제동을 걸었다. 언론들은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의 ‘격돌’로 표현하면서, 청와대의 무리한 ‘정치 평론’에 대한 비판 없이 해명 내용만을 전달했다. 

지난달 30일 지상파 방송 3사 메인 뉴스인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 SBS ‘뉴스8’은 “청와대의 ‘안심번호 공천제’ 제동”, “청와대와 여당 내 계파 갈등” 내용 순으로 리포트를 구성했다. 

KBS ‘뉴스9’는 “靑 직격탄…” 리포트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곧바로 기자들에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우려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정면 비판했다”며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 KBS 뉴스9 화면.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뉴스로 연결됩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당 공천에 영향을 미칠 의도는 전혀 없고 논란에 대해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청와대의 해명도 그대로 전달했다. KBS는 세번째 리포트로 안심번호 공천제에 대한 설명과 운영, 이를 합의한 정당 내 반응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靑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민심왜곡·조직선거 우려” 리포트에서 역 선택·조직 선거·돈 선거 우려 등 청와대의 반대 이유를 자세히 전하면서 “내년 총선 공천 규칙 문제에 말을 아껴 오던 청와대의 전면 비판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언급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번 청와대의 비판에 “박 대통령의 확고한 반대 뜻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MBC는 “청와대가 공천 규칙에 관여하려는 게 아니라 안심번호 공천제가 바람직한 제도로 알려지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고 전했다. 

SBS는 청와대의 ‘안심번호 국민 공천제’ 비판에 이어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이 공세에 나섰다”고 전했다. 또 이번 청와대의 ‘작심 비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의원 총회를 앞둔 시점이어서 여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발언으로 받아들였다”고 해석했다. 

SBS는 이어 김무성 대표가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전략공천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SBS도 김무성 대표의 언급을 반론 형식으로 실었다. 

하지만 ‘안심번호 공천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의 갈등에서 청와대의 무리한 의회정치 훈수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오히려 ‘공천 개입이 아니다“는 청와대의 해명만 고스란히 전한 꼴이다. 

   
▲ MBC 뉴스데스크 화면.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뉴스로 연결됩니다.)
 

 

국회의원 공천은 정당의 몫이고 청와대의 비판 영역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향신문은 1일자 사설에서 “왜 청와대가 새누리당 공천규칙 문제에 개입하나”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공천규칙은 청와대 권한 밖의 일”이라며 “이를 모를 리 없는 청와대가 개입하고 나선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대통령 뜻대로 치르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또다시 정당정치와 의회주의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판단과 함께 “이번에도 김 대표를 찍어낼텐가”라는 우려도 덧붙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번 당청 갈등의 실체를 “공천권을 둘러싼 치열한 권력투쟁”으로 정의했다. 한겨레는 “(청와대가) 안심번호제 도입 절대 불가의 뜻을 확실히 밝힘으로써 친박계 의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바꿔 말해 ‘전략 공천은 단 한 석도 없을 것’이라는 김무성 대표의 말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내년 총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상당 부분 공천권을 직접 행사하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비단 진보 언론 만의 문제의식은 아니다. 보수 언론 역시 청와대의 의회 정치 개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1일자 사설에서 청와대의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청와대가 대통령 귀국 후 불과 7시간여 만에 공개적으로 여당 내부 갈등에 끼어든 것 역시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SBS 뉴스8 화면.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뉴스로 연결됩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여당 내부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끼어들어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근거는 없다”, “청와대가 인심번호 공천제에 대해 직접 공박하는 모습도 ‘유승민 소동’ 때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 새누리당 공천룰에도 결재권 행사할 참인가” 사설을 통해 “새누리당 의원총회 3시간 전에 대통령비서실의 고위 관계자들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어제 새벽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침이 나왔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자칫 당내 의사결정 시스템을 무력화해 정당 민주정치를 훼손하고 대통령 손에 공천이 좌우되면 새누리당은 ‘마마보이 정당’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정치 비평에 보수진보 언론 모두가 비판하고 있지만 유독 방송 뉴스 리포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같은 방송 리포트는 자치 청와대를 무소불위의 정치평론가 입장에 놓을 수 있다. 

또 삼권분립이라는 국가의 기본틀 조차 잊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1일 통화에서 “청와대가 여당의 입법이나 공천제를 시시콜콜 간섭하고 비판하는 것은 ‘제도에 대해 누구나 비판할 수 있다’고 허용되는 부분이 아니다”며 “이번 청와대의 처사는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의 행정 권력이 국회나 여당의 권력에 개입하고 결국 일원화돼 버린다면 그것이 곧 전체주의”라며 “뉴스에서 지적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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