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TN 사옥. 사진=YTN 홈페이지
▲ YTN 사옥. 사진=YTN 홈페이지

보도전문채널 YTN에 대한 정부의 민영화 작업이 본격적이다. 최대주주인 공기업 한전KDN은 YTN 지분 매각 시점을 내년 9월로 내다보고 있다. 재벌이 주요 주주인 한국경제와, 한국일보를 보유한 동화그룹 등 신문사업자들이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YTN 구성원들은 구조조정과 보도개입에 따른 공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전KDN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한 YTN 지분 21.43%를 모두 매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전KDN은 내년 4월까지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매각 방식과 세부 일정을 확정해 9월까지 매각 계약 체결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명박‧문재인 정부 등에서 매각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번 이사회 의결로 YTN 민영화가 처음 현실화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자산매각 계획으로 14조5000억원 규모의 공공기관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한전KDN와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은 정부가 ‘업무 무관’을 이유로 처분하도록 한 72건의 매각 건에 속한다. 이후 한전KDN 이사회는 만장일치 관행을 깨고 이례적으로 YTN 지분 처분을 의결했다. 일각에서는 가파른 매각 움직임이 지난 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한 우장균 YTN 사장의 거취를 압박하기 위함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한국노총 소속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한전KDN노동조합은 29일 YTN 자산인 남산타워 앞에서 YTN 사영화 저지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소속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한국노총 소속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한전KDN노동조합은 29일 YTN 자산인 남산타워 앞에서 YTN 사영화 저지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자산 매각 관련해 민영화 논란이 이는 것은 YTN의 경우가 이례적”이라며 “매각 금액이 적어 YTN 지분을 처분한다고 재무 건전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굳이 속전속결로 매각에 나선 건 금전적인 이유 외에 정부가 나름의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지난 22일 긴급토론회에서 “YTN 매각은 단지 일개 보도채널 최대주주 변경이 아니라 가장 영향력 높은 보도채널 영역을 공공에서 민간 주도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한국노총 소속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한전KDN노동조합은 29일 YTN 자산인 남산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YTN 사영화 시도는 언론장악의 외주화”라며 “국회는 YTN 사영화를 막기 위한 입법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등은 한전KDN의 매각 의결을 졸속 결정이자 배임으로 보고 배임죄 고발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현 YTN 주주 현황. YTN 웹사이트 갈무리
▲현 YTN 주주 현황. YTN 웹사이트 갈무리

YTN의 최대주주가 민간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YTN 구성원들의 가장 큰 우려는 구조조정 가능성과 보도 외압이다. 경영권이 민간기업에 넘어가면서 인건비가 60%를 차지하는 YTN에 인적 구조조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YTN 이사회는 현재 사장, 상무, 한전KDN 추천 1인, 한국인삼공사 추천 1인, YTN 추천 1인, 마사회 소속 1인으로 이뤄졌다. 향후 지배구조 변화에 따라 YTN 사장추천위원회와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공정보도추진위원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YTN 노사가 최소한의 보도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세운 장치들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지분 매각이 실현될 시, 다른 대주주가 뒤따라 주식 매각에 나서 더 큰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YTN 구성원들은 특히 14.98%를 보유한 미래에셋생명보험이 매각 가격에 따라 뒤따라 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 비율이 높은 한국인삼공사(19.95%)의 경우도 향후 행보를 예상하기 어렵다.

현재 ‘YTN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한국경제신문은 현재 YTN 지분 5%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 등 4대 재벌 계열사가 지분 82%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내년 4월 매각 일정과 방식이 정해지면 한국경제의 참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동화그룹 복수의 구성원에 따르면 동화그룹도 YTN 지분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동화그룹은 2015년 한국일보를 인수했다. 현재는 동화그룹 내부에 복수의 연구원을 두고 인수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경영 담당자는 “동화그룹 차원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내부 데이터를 보고 있다. 한국일보 차원에선 이제 구체적인 논의를 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YTN 최대주주가 민간기업에 넘어갈 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이 남아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이번 지분 매각으로 YTN 최대주주가 바뀔 경우 YTN이 방통위에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을 해야한다. 방통위가 승인을 거부할 경우 해당 사업자는 인수했던 지분을 되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앞서 방통위는 2019년 대구MBC 주식 32.5%를 취득한 주식회사 마금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에 의결 보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23일 한전KDN 이사회를 앞두고 한전KD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YTN 지분의 졸속 매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YTN지부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23일 한전KDN 이사회를 앞두고 한전KD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YTN 지분의 졸속 매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YTN지부 제공

한전KDN이 매각 계약 체결 시점을 9월로 밝힌 것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임기 중인 2023년 7월 말까지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안건이 올라올 경우 승인이 보류될 가능성이 있지만, 9월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권을 지닌 신임 방통위원장이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인 만큼 안건 통과 가능성이 커진다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학자는 “법만으로 보면 현행 신문업자 또는 10조원 이하 기업이 보도전문채널의 30% 미만 지분을 인수하지 말란 법은 없다. 마금의 경우 부동산 관련 투자회사이고 (대구MBC) 사옥의 매각대금을 노린 것으로 판단해 방통위가 불승인했다”며 “만약 한국경제신문과 같은 사업자가 신청에 나설 경우 방통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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