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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경악케한 ‘버스커 계약서’에서 우리의 존재를 묻다
뮤지션 경악케한 ‘버스커 계약서’에서 우리의 존재를 묻다
[문화예술노동연대 기획연재] 음악과 공연을 만드는 모든 과정은 취미 아닌 노동
이제는 취미 아닌 ‘음악예술노동’ 인정해야 할 때

지난 3월 문화예술노동연대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2021년 문화예술노동자 요구안 발표’를 통해 문화예술노동자 전체 요구 및 각 문화예술 현장의 요구를 드러냈습니다. 그 중 영화, 음악, 방송작가, 게임, 웹툰, 공연, 예술강사 들의 노동 현실과 구체적 요구를 연속기고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편집자 주

2020년 2월, 한 장의 서약서 내용에 뮤지션들은 경악했습니다. 그것은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진행하는 버스커 모집 과정에서 송파구청이 뮤지션에게 제시한 서약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서약서 내용에 의하면 공연은 65데시벨(dB) 이하의 생활소음기준을 지키면서 진행해야 하고 소음으로 민원 발생 시 해결도 불이익도 뮤지션의 몫이었습니다. 50분 넘는 공연, 쾌적한 공원에 어울리는 복장이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던 서약서 중 최악의 조항은 임금도 지급하지 않는 버스커에게 모금함 기부금 수령, CD 등 기념품 판매도 금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음악인들은 즉각 분노했고 송파구청에 직접 문제 제기함과 동시에 SNS에 기사와 글들로 이 문제를 알렸습니다. 차후 구청담당자가 교체되고 버스커 모집공고는 내려왔지만, 이후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반복되었습니다. 이것이 불과 1년여 전 일이며, 지방자치단체의 음악인에 대한 시각을 단편적으로 보여줬다는 것에 씁쓸할 뿐입니다.

여러분은 거리나 공원을 걷다가 공연을 하는 분들을 마주친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렇게 거리에서 하는 공연을 보통 버스킹이라고 합니다. 그런 버스킹을 여러분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분명 어떤 분들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행위’ 정도로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이건 자신의 공연을 보고 그에 대한 감흥을 팁 박스에 돈을 넣어 표현해달라는 음악노동의 한 형태입니다. 그저 취미로 하는 행위들이 아닌 것입니다.

▲사진=gettyimagesbank
▲사진=gettyimagesbank

규모 있는 행사에 초대를 받아 갖춰진 무대에서 자신이 만든 음악을 실연하는 것도 당연히 노동이고, 이렇듯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자신의 예술을 자발적 의지에 의해 사람들에게 펼쳐 보이는 것도 바로 노동입니다. 그렇습니다. 음악인들이 하는 창작과 실연, 그것을 위해 평소 진행하는 기획과 자기훈련의 모든 시간이 노동입니다. 현대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일,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은 무형의 재화이자 생산물이고 음악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모든 행위는 바로 노동인 것입니다.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근로자)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음악노동자들도 음악과 관련된 근로의 대가를 목적으로 자신의 창조적이며 예술적인 음악노동을 문화예술 관련 사업이나 장소에서 제공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렇듯 음악인들도 법에 명시된 노동자(근로자)로서 자격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논란이 돼온 ‘음악인들에게 특정한 사용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틀린 말입니다. 우리의 노동엔 일반적 노동과 달리 특정한 소속이 없이 단속적이고 단발적인 형태로 이어지는 특성이 존재하지만 사용자(공연의뢰자)는 언제든 존재해왔고 공연을 의뢰하는 모든 사람이 사용자이기 때문입니다.

▲사진=gettyimagesbank
▲사진=gettyimagesbank

무엇보다 사용자의 존재를 증명해야만 우리가 노동자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동력을 이용해 임금을 받고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이며 음악인에게 있어 사용자는 국가를 비롯해 우리가 생산한 음악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은 일정부분 공공재로서 사회적 가치를 갖고 있고 그러한 음악은 공짜가 아니라 돈을 주고 구입하는 재화라는 인식을 가져야합니다. 이제 우리는 음악과 예술노동의 가치를 더욱 인정하는 좀 더 나은 진보적 의식의 방향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직업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제공한 ‘한국직업사전’에 등록된 직업의 숫자는 16,891개입니다. 거기에는 직업으로서의 ‘예술’이 분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음악예술을 통해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번듯한 직업인이라는 얘기고 우리에겐 모든 노동자들과 더불어 예술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만약 기존의 법제도가 확대되고 변화하는 개념과 현실을 부양하지 못한다면 현행법의 개정 및 보완을 추진하여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정부는 음악인들을 법이 규정하는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자라면 누구나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나 재난시기를 거치며 프리랜서라는 허울 좋은 이름만 붙여놓고 정작 각종 정책과 안전망에는 진입할 수 없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음악예술노동과 음악예술노동자를 제대로 인정할 때 음악인들도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존립하면서 더 나은 음악생산의 길에서 자신과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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