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명 전수조사’ 민노총발 시한폭탄 터지나…“마녀사냥” 반발(JTBC)
야(野) “민노총 집회 3일 뒤 확진 1000명대”..오늘 현대차 파업 투표(머니투데이)
엄마들과 지역상인 호소도 묵살한 민주노총 유아독존(매일경제)
확진자 나온 민노총 집회, 보름간 미적거린 정부의 직무유기(조선일보)
불법집회·원정유흥, 방역훼방꾼 엄벌하라(서울신문)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3명이 지난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사실을 알리기 전후로 쏟아진 보도 제목의 일부다. 

17일 당시 이후로 10개 일간지에서 10일간 민주노총 집회를 비판하는 사설만 20건이 등장했다. 보수언론이 3일 집회 전후로 포문을 열었고, 김부겸 총리가 ‘집회 참가자 확진’을 알리고 연일 유감을 표명하면서 ‘민주노총 때리기’가 언론 전반에 본격화됐다. 정부의 과도한 집회·시위 제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결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외면한 보도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산업재해 사망 방지책 마련 △최저임금 인상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결성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주최측 추산 8000명이 모였다. 민주노총은 애초 집회를 서울 여의도에서 예정했으나 경찰 차벽 등 원천 봉쇄로 집회 장소를 급히 서울 종로3가로 바꿨다. 집회 현장엔 경찰 1만 4000여명이 배치됐다.

이후 정치권과 보수언론에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 원인을 민주노총 집회에 돌리는 보도를 쏟아냈다. 민주노총이 “감염확산과 전국노동자대회를 연결 짓는 책임론엔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발했으나 정치권 발언을 중심으로 보도가 나왔다.

▲지난 3일 서울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산업재해 사망 방지책 마련 △최저임금 인상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결성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산업재해 사망 방지책 마련 △최저임금 인상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결성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이후 일간지가 낸 민주노총 비판 사설 제목 일부
▲지난 3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이후 일간지가 낸 민주노총 비판 사설 제목 일부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정부가 민주노총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 5일 등 보도로 문 대통령의 ‘민주노총에 단호한 법적 조치’ 발언을 두고 “(전광훈 목사가 주도했던 8·15) 보수 집회 때 했던 발언과 비교하면 비판 강도가 달랐다”고 연일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8일 “민노총 집회발 재확산 위기는 ‘선택적 정치방역’의 결과”라며 “보수단체 집회 때와 다른 내로남불 방역”이라고 했다.

보수언론 ‘미온’ 비판에 확산세 책임론 부추긴 정부…역학 뒷전


정부 대응은 정말 미온적이었을까. 확진된 민주노총 조합원 3명은 17일 관련 보도가 쏟아진 당시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질병관리청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7~18일 ‘평균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확진자 3명이 민주노총 집회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두 차례 밝혔다. 김 총리가 이례적으로 확진 조합원의 집회 참가 사실을 알리며 거듭 ‘깊은 유감’을 밝힌 데에 무리하다는 지적이 이는 대목이다. 지난 26일 방대본은 7월3일 집회 관련 역학조사 결과 확진자 3명의 감염 경로는 7일 방문한 음식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은 김 총리의 발언을 주로 받아쓰면서 민주노총 책임론을 확대재생산했다. 포털 검색 결과 김총리의 ‘깊은 유감’을 보도한 기사는 17일에만 66건 나온 반면, 18일 ‘감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질병청 발표를 언급한 기사는 33건에 그쳤다.

▲지난 19일 조선일보 1면과 사설
▲지난 19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와 사설

‘민주노총 책임’ 프레임은 언론 전반에 확산됐다. 최경영 KBS 기자는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김부겸 총리 인터뷰에서 “민주노총 집회 관련해서 야권의 비판이 거세다. 확진자가 나왔고 또 집회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건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집회 참가와 확진을 연결해 집회·시위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정치권과 언론의 전제를 그대로 반영한 질문이다. 김부겸 총리는 이에 “민주노총한테 다시 한번 자제를 요청한다”고 답했다.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와 노동자대회 상황에 대한 정부 대응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게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광화문 집회의 경우 당일 기준 이미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134명을 넘어섰다. 전광훈 담임목사는 이날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도 집회에 나와 마스크를 벗고 연설했고 이틀 뒤 확진됐다. 집회 이후엔 참가자들이 진단검사를 거부하면서 결국 사랑제일교회에서 1173명, 집회에서 650명이 확진되는 n차감염으로 이어졌다. 한겨레가 18일 “노동자대회 참석자 3명 확진…민주노총 ‘감염경로 사실확인부터’”로 이를 지적했다.

‘집회·시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외면한 보도는 방역지침을 지킨 집회에 대한 비난까지 나아갔다.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확진자 나온 민노총, 세종시에서 집회 또 강행”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민주노총은 2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세종시 방역지침인 500인 미만 집회를 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했다. 자영업자 호소를 앞세운 ‘약자 겨루기’식 보도도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23일 1면 머리기사 “‘민노총 집회 막아주세요’ 엄마들이 나섰다”에서 학부모와 상인들이 감염 걱정에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 집회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고 했다.

▲22일 조선일보 12면
▲22일 조선일보 12면
▲23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23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방역’으로도 ‘인권’으로도 납득 어려운 정부 지침에 질문 없어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집회·시위를 강도 높게 제한하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은 코로나19 위기 시 여러 활동 가운데 집회·시위를 가장 엄격하게 제한한다. 예컨대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하면, 상점·마트·백화점 등엔 인원 제한이 없다. 실내 공연장과 워터파크 운영은 각각 최대 5000명·기존의 30% 인원 수용을 전제로 허용한다. 반면 실외 집회는 전면 금지한다. 1인 시위만 가능하다.

이에 반해 국제기준과 방역전문가들은 집회·시위에 대한 권리를 가장 폭넓게 보장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해 코로나19와 평화 집회 및 결사에 대한 10가지 원칙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내고 “공공보건 비상사태가 권리 침해의 구실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런 도전적 상황에서는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권이 보장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UN OHCHR은 그러면서 “일관된 보건 지침에 따라, 시민사회 행위자, 특히 언론인과 노동조합, 법조인, 인권옹호자, 인도지원과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이 비상사태에도 운영토록 하기 위해 이동 및 모임 제한이 면제된다”고도 했다. 기본 보건 지침을 준수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발행한 ‘공중보건 응급 상황에서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의 자유’ 체크리스트 이미지 갈무리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발행한 ‘공중보건 응급 상황에서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의 자유’ 체크리스트 이미지 갈무리
▲지난달 타임의 지난 6월10일 보도 갈무리
▲지난달 타임의 지난 6월10일 보도 ‘코로나19 감염병 한가운데 많은 의사들이 시위를 지원하는 이유’ 갈무리

해외에선 코로나19 시국 집회·시위할 권리 보장이 방역 원칙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에선 1200여명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에 “코로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위가 봉쇄돼선 안 된다”고 공개서한을 냈다.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해 6월 “집회 시위에 대한 금지는 현재의 보건위기 상황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해외 방역 정책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영국은 외출금지를 포함한 완전봉쇄 가운데서도 2인까지 시위를 허용하고, 지난해 7월 말엔 30인 모임을 금지하면서도 집회·시위에는 방역 준수를 전제로 제한을 풀었다.

UN·보건의료 전문가 ‘시위, 다른 활동보다 폭넓게 허용’


집회·시위에만 유독 엄격한 지침은 실외감염 확률이 실내보다 훨씬 낮다는 점에서도 비판의 소지가 높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실외 집회는 실내 감염 확률의 17분의1 정도로, 사실 마스크를 쓰거나 하는 등의 지침만 하면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감염 위험을 이유로 실외 집회를 제한하려면 감염 위험이 다른 경우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수치과 근거를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학술지 ‘감염병저널’이 5개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실내 감염 확률은 실외의 18.7배 수준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실외감염 가능성이 10%보다 낮다’고 한 데에 “사실을 오도하는 측면이 있다. 실상 실외 전파 발생 비율은 1%보다 낮고, 0.1% 아래일 수도 있다”는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의 세빅 박사 연구결과를 인용 보도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이 방역이나 인권 기준보다 정부 편의를 반영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윤 교수는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이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담보하려 노력하지 않고, 관료의 직관적 판단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에선 생활방역 지침 논의기구가 만든 지침을 정부가 받아 논의하는데, 한국은 정부가 만든 지침을 생활방역위원회가 받아 논의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다보니 백화점은 인원 제한없이 모이도록 하면서 카페나 식당에 대해선 불허하고, 실내 공연은 대규모 인원을 허용하면서 실외 집회는 심각하게 제한하는 일들이 벌어진다”고 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인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인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거리두기가 불안정 노동자와 자영업자, 실업자 등 서민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정부가 이를 강제할 뿐 그에 따른 부담에 합당한 적합한 사회적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정 집단을 원인으로 지목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자대회 이후 보도 흐름에 “민주노총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시민들과 갈라치기한 이득은 철저히 기득권과 자본에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대변인은 그러면서 “정부는 도대체 집회가 언제 가능할지, 방역 책임을 (시민에) 떠넘기면서 각양각색으로 터져나오는 각 집단의 고통의 목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지 답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부겸 총리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확진자와 민주노총 대회 참가를 연결지어 보도한 일부 언론사에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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