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3기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김서중) 4차 회의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독자권익위 회의에선 미디어오늘이 미디어 업계의 애로 사항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저널리즘을 견제하는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가 나왔다. 

최근 OTT 업체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용자 보호 관련 쟁점을 정리하고 망 사용료 이슈에서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짚는 보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독자권익위원으로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 홍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유희라 언론인권센터 활동가, 김원재 청년 독자, 도우리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등이 참석했다.

미디어오늘에선 이재진 편집국장, 김도연 저널리즘이슈팀장, 정철운 저널리즘기획팀장, 정민경 기자, 안혜나 기자가 참석했다.(이하 직함 생략)

김원재=NFT(대체불가능토큰) 관련 영남일보의 시도나 한겨레의 후원 제도 출범에 대한 상황 등 언론사들의 새로운 시도를 알려주는 기사가 좋았다. 미디어오늘 독자 가운데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이 많지만 일반 독자의 경우 이런 시도를 미디어오늘이 알리지 않으면 접할 기회가 드물다. 미디어오늘이 내는 기사 형태 중 하나가 기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기사다. 최근 매일경제 기자들의 호소를 담은 기사, 조선일보 노보를 인용한 기사들이 대표적이다. 언론 종사자의 애로 사항이나 정규직 외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영남일보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진=영남일보 제공
▲ 영남일보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진=영남일보 제공

이런 기사가 줄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다만 제 생각에 미디어오늘이 기자들에게 좀더 ‘껄끄러운’ 상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기자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도 필요하지만 기자들이 잘못된 저널리즘을 할 때 견제를 강하게 해야 한다. 최근 들어 기자들의 애로 사항을 전달하는 기사가 많아지고 기자들을 지적하는 기사는 적어진 느낌이 들었다.

[관련 기사: 백범 김구 휘호 NFT 판매 완판시킨 영남일보

한겨레 후원제 5개월 “준비 안된 출범, 우려가 현실로]

정철운=조선일보 기자들 역시 언론 노동자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임금협상 소식 등을 전하는 면이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조선일보는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에 관해서 주로 경총과 같은 사용자 단체를 대변해왔다. 신문 논조는 사용자 단체를 대변하면서 정작 내부에서는 기사 논조와 다르게 주장하고 있는 모순적 상황을 드러내는 기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관련 기사: 내 집 마련 어려움 호소 매경 기자들 “연봉 꼴등 수준”

조선일보 기자 “전쟁터에서 일하는 것 같다” 임금 인상 촉구]

홍성일=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아동학대 사건 편이 큰 주목을 받았는데, 상반된 입장을 보도한 기사가 인상 깊었다. ‘그알’의 역기능 중 하나가 자극적 보도다. 알려야 할 사건을 크게 알리는 역할이 있어 용인되는 것 같은데, 한 이슈를 다각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미디어오늘 역할인 것 같다. 더 좋은 언론을 고민하게 만들 책임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노벨평화상 관련 기사가 적었다. 좋은 언론인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크다. 언론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우리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더 길고 심층적인 미디어 이슈로 다뤄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언론인 부고도 단순 전달이 아닌 심층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그알 고발? 정인이 어린이집 교사와 위탁모에 대한 모욕”

언론인의 노벨평화상 수상 빛나는 이유]

도우리=케이블 노동자들 기사가 좋았다. 보통 미디어 종사자들에 관한 기사는 기자나 PD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케이블 노동자 역시 미디어에 기여하는 구성원이다. 미디어 환경을 여러 측면에서 고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몇 기사에 나온 ‘워딩’이나 제목에 사용된 표현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모든 여자들아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광고를 실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지적한 기사를 말씀 드리고 싶다. 기사 외 광고를 다룬 것이 인상적이었다. 신문이나 포털에서 기사 광고를 볼 때 문제의식을 자주 느끼지만 ‘언론 입장에선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한 면도 있었다. 그럼에도 광고를 비판한 점이 좋았다.

다만 이 기사에서 전문가 멘트를 인용하며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워딩을 사용했다. 이 워딩은 전문가를 인용한 것이긴 하지만 논쟁이 많은 단어다. 최근엔 ‘지정성별 여성’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사용하기에 조심스러운 단어가 아니었나 싶다.

‘자진 폐업 경기방송 주인 찾기 돌입’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있었다. 언론사 ‘주인’을 찾는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주종 관계를 연상시키는 단어다. 공공성이 핵심인 언론사에서 주인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괜찮나 싶었다.

또 한 가지 기사 제목에 대한 지적이다. ‘여배우 인격 살인에 반성문 쓴 기자들’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언론 보도 피해를 입은 여성 배우의 이야기다. 피해자 이름이나 사진을 전면에 걸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지칠대로 지친 피해자들에게는 결국 자포자기하는 순간이 온다”와 같은 단정적 표현은 피해자 위치를 고착화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여배우’라는 단어와 ‘인격 살인’이라는 비유가 걸렸다.

정철운=해당 기사를 쓰면서 당사자 이야기를 들었는데 당사자가 따옴표 안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러나 워딩이 아닌 문장으로 쓸 때 위원님이 지적하신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또 ‘여배우 인격살인’이라는 말은 지적하신 대로 선정적 표현인 것 같다.

[관련 기사: 조선·동아일보 전면 실린 “모든 여자들아 교회에서 잠잠하라”

자진폐업 경기방송 99.9MHz 주인찾기 돌입

‘여배우 인격살인’에 반성문 썼던 기자들, 손해배상은 모르쇠?]

일간지들의 무료신문 배포 실태를 고발한 보도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정부가 ABC협회 부수 정책 활용을 중단하고 종이신문 열독률 등을 포함한 대체 지표 마련에 나선 가운데, 신문 인지도 제고를 위해 무료 배포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보도가 제기한 문제의식이었다. 

▲ ABC협회.
▲ ABC협회.

김동원=ABC부수 지표가 아니라면 지자체가 어떤 기준으로 광고를 줄 수 있는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다만 지표 하나하나를 갖고 설명하는 것은, 언론 종사자들에게 민감할 수 있지만 시민들의 관심 사안인지는 모르겠다.

정철운=정부 광고가 어떤 명목으로 집행됐는지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사가 정책적 내용이라 어려울 수 있고 시민 관점에서 볼 때 쟁점이 뭔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써보겠다.

[관련기사: 기름 넣으러 갔더니 공짜신문 배포하는 주유소]

김동원=넷플릭스나 유튜브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지 학계나 법학계에서 의견이 나뉘고 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망 사용료를 내게 되면 이용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관련 보도가 이 사안을 사업자 간 이권 다툼으로 보는 것은 아쉽다. 망 사용료를 걷어 사회적 기금으로 사용하자는 논의 등도 아직 활발하지 않다.

김서중=통신사 배를 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에겐 어떻게 이득이 되는 것인지, 사회적 이득이 뭔지 살펴보면 좋겠다. 소득이 있는 곳에 의무가 있다는 말이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를 피해가고 있다. 사회적 의무를 살펴봐야 한다. 학자들 이야기도 많이 들어봤으면 좋겠다.

김동찬=쉽게 이해할 수 있고 쟁점도 정확했다. 물론 미디어오늘이 어떤 입장을 가진 것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그것을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면 이런 형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유희라=디즈니플러스 등 OTT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이용자 보호에 관한 쟁점을 정리해주면 좋겠다. 최근 시니어 미디어 모니터링을 하는데 ‘드라마 볼 것이 없다’는 말씀을 들었다. 많은 콘텐츠들이 OTT로 몰리면서 시니어들에게 드라마 시장이 폐쇄적 구조가 된 것은 아닌지.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늘고 있는데 OTT 도입기를 지나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쟁점을 짚어주면 좋겠다.

[관련 기사: 넷플릭스 대박날수록 ‘망사용료’ 요구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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