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주필(62)이 11월30일을 끝으로 한국일보를 떠난다.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지 35년 만이다. 그는 한국일보 기자로만 살아온 ‘신문쟁이’다. 12월1일자로 이성철 콘텐츠본부장을 새 대표에 임명한 한국일보는 이충재 주필을 고문으로 위촉했다.고문으로서 향후 1년간 보수는 받지만 회사에서 그의 공간은 사라진다. 독자들은 지면에서 ‘이충재 칼럼’을 볼 수 없다. 뉴스레터 ‘이충재의 인사이트’도 더는 배달되지 않는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 18층 주필실에서 만난 이 주필은 다소 갑작스러운 ‘기자 은퇴’
언론개혁 운동을 이끌어온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에 지난해 10월 노동조합이 생겼다. ‘참여연대 노조 이후 두 번째로 결성된 활동가 노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독재 정권에서 해직된 언론인을 주축으로 한 민주언론운동협의회(1984년)가 이 단체 전신이라는 걸 떠올리면 활동가 노조가 왜 이제야 출범했는지 되레 궁금증이 커진다.민언련 노조는 작지만 단단하다. 사무처 상근자 12명 가운데 사무처장과 협동사무처장을 제외하면 10명이 모두 노조에 가입했다. “늘 절이 싫어서 떠나는 중”이었던 고은지 활동가(31)는 이번 만큼은 달랐다. 도망
지난해 말 서점에서 도발적인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K-방역은 없다’는 이형기 서울대 임상약리학과 교수를 포함해 15명의 공저자가 참여한 코로나 징비록이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방역 대책은 물론, 방역의 정치화, 과도한 국가 개입으로 인한 인권 및 프라이버시 침해, 주요 산업국이 평가하는 K-방역 실상, 자영업자 지원 대책 실효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K-방역의 그늘진 이면을 드러냈다. 공저자 중 한 명인 장부승(48)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이번 책에 자신의 논문을 실었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코로나19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사람’ 인터뷰에는 주인공이 두 명이다. 답변하는 인터뷰이뿐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기자도 주인공이다. 한 인물을 주목한 취재물이라는 점은 여느 인터뷰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질문을 던지고 글을 쓰는 기자의 생각과 관점이 기사 문장마다, 배치된 문단마다 묻어 나온다. 지난해 4월부터 SBS 온라인 사이트에 ‘그 사람’ 코너를 기획 연재하고 있는 윤춘호 SBS 논설위원(57) 이야기다.윤 위원 기사는 첫 문장부터 이목을 모은다. 올해 초 평론가 진중권을 다룬 ‘그 사람’은 “지난 한 해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에게 빚을 졌다”라는 문
[김도연의 취재진담] ‘기본소득 저격수’ 이상이 교수 “기본소득은 망국의 길”민주당에 기본소득 토론 제안… “당원 속이는 거대한 포퓰리즘, 끝장토론하자” 이상이(58)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편적 복지주의자’다. 2007년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설립해 13년 동안 공동대표를 지냈다. 현재는 정책위원장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그의 대표 공약 기본소득을 거세게 비판하는 학자다. 이 교수는 페이스북에 “기본소득 도입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을 가로막고 이 나라를 망치는 포퓰리즘 정치
최승호 PD(61)는 2017년 12월 “MBC 사장을 마치면 저널리스트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MBC 사장 임기가 끝나도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않고” 취재 현장에 복귀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책임과 소명의식이 사라진 한국 언론 토양에서 귀를 쫑긋 세우게 했다.그로부터 2년 2개월 뒤. 그는 MBC 사장 임기(2017년 12월~2020년 2월)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후에는 뉴스타파 PD로 복귀하며 시청자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1년 6개월 카메라를 들고 4대강 현장을 탐사한 그는 MBC PD수첩과의 협업을 통해 ‘4대강 10년의 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포용적인 역사의식’을 강조하며 조선의 비타협 민족주의자 안재홍을 소환했다.“해방 다음날인 1945년 8월16일, 민족의 지도자 안재홍 선생은 3000만 동포에게 드리는 방송 연설을 했습니다.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선생은 패전한 일본과 해방된 한국이 동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나아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식민지 민족의 피해의식을 뛰어넘는 참으로 담대하고 포용적인 역사의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방으로 민족의식이 최고로 고양된 때였지만 우리는 폐쇄적이거나 적대적인 민족주의로 흐르지
김성호 기자(36)는 지난 7월1일 파이낸셜뉴스를 퇴사했다. 더는 의미 있는 기사를 쓰기 어렵겠다는 회의감, 이곳에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15년 파이낸셜뉴스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년 뒤 항해사를 하겠다며 회사를 떠났고, 그로부터 다시 2년이 흐른 뒤 매체에 재입사했다.논문 검증 기사가 퇴사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었으나 결심을 부추기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해당 검증 보도로 인해 회사로부터 인사 불이익이나 퇴사 압박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쯤에서 보도는 중단해줬으면 하는 회사의
이상돈 전 국회의원(70)이 지난 6월 회고록 ‘시대를 걷다’를 출간했다. 자신이 걸어온 70년 인생을 시간순으로 기록했다. 이 전 의원은 1983년부터 30년 동안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로서 환경법과 헌법을 연구했다. 동시에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사설과 칼럼 450편을 집필한 ‘언론인’이기도 하다.1세대 환경전문가인 그는 MB정부의 ‘4대강 사업’을 최일선에서 반대했다. 2009년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국민소송단 공동대표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리며 정권의 국책사업에 싸움을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난해하지만 ‘언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지배구조 개선’이라 함은 공영방송 사장 선출에 관한 것이고, 방송사 기자·PD들이 ‘OOO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불사하는 모습은 불과 4년 전에도 볼 수 있던 생경하지 않은 장면이다.다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거리에 기치로 내걸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정치권을 상대로 높이는 목소리다. 언론노조는 지난 14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역구(경기도 구리시) 사무실까지 찾아 항의 농성을 벌였다. “7월 안에 국민참여
수능 과학탐구 ‘1타 강사’ 출신인 교육평론가 이범은 최근 흥미롭고 도발적인 칼럼 두 편을 경향신문에 기고했다. 하나는 ‘능력주의 비판’을 비판하는 칼럼이다. 능력주의 선발 시스템이 한국 고위공직 사회의 혈연과 지연, 부패와 무능을 제어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진단으로 시작한 글은 “섣불리 능력주의를 비판하지 말라. 이는 진보를 무덤으로 재촉할 뿐”이라는 경고로 마무리된다.두 번째 칼럼은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으로 나타난 ‘이대남 현상’이다. 그는 “이대남의 심리는 PC(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
이지훈 변호사(44)는 14년간 육군 군법무관으로 근무한 뒤 2019년 퇴역했다. 퇴역 후에는 변호사로, 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 ‘아는 변호사’는 구독자 23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채널이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공부,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세요’,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를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그는 유튜브에 소소한 일상을 담거나 결혼과 이혼에 관한 본인 생각을 전하기도 하지만, 최근 공분을 사고 있는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등 군대에 관한 전문가 식견을 구독자와 공유하기도 한다.그는 지난 1일 방송에선
4·7 재보궐 선거 이후에도 ‘20대 남자’ 목소리를 담는 언론은 드물었다. 20대 남성 72.5%(지상파 출구조사·20대 여성의 경우 40.9% 지지)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정밀한 표심 분석이 필요한 사건이었다.하지만 진보진영은 존재하는 성별 갈등을 외면한 채 이대남 현상을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으로만 납작하게 규정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는 저널리즘이 이 이슈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어쩌면 왜곡된 공론장에서 ‘이준석 현상’이 발아한 것 아닐까. 20대 남성 이야기를
지난달 출간된 ‘K를 생각한다’는 ‘K’를 분석한 인문학 서적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시대에 ‘한국’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5가지 키워드로 파헤쳤다. △90년대생 △K-방역 △민족주의와 다문화 △대한민국 386 △입시와 교육 등이다. 저자는 90년대생 임명묵 작가(28). 그가 속한 ‘90년대생’은 정치권과 언론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준석 현상’으로 상징되는 반동과 역동성, 기성세대의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 대중적 압력을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는 행동주의. 몇몇 단어로 한 세대 특질을 규정하는 건 분명 위험하지만, 이 세
정락인 기자(54)는 동료 사이에서 ‘수사반장’이라고 불렸다. 기자 생활 대부분을 사건 취재에 할애했다. 책상에만 앉아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고참 기자였음에도 사건 현장을 찾았다. 사건 기사는 주로 저연차 젊은 기자들이 맡는 게 관행인 한국 기자사회에서 그 별명은 특기할 만하다. 1996년 1월 물류 전문지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디딘 그는 2001년 화물차 지입 사기 조직 66개를 폭로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중앙일보가 창간한 생활 유통경제지를 거쳐 시사저널 사회팀장, 사회전문기자, 탐사보도팀장,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정치와 언론의 ‘이재용 사면론’ 부채질이 한창이다. ‘미중의 반도체 전쟁에 맞서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해….’ 사면론 앞에 달리는 명분은 붙이기 나름이다. 본질은 이재용을 사면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논리다. 삼성 일가도 고 이건희 회장 유산 26조원에 대한 상속세 납부와 기부, 사회 환원 계획을 밝히며 부창부수의 면모를 보였다.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문재인 대통령에 “재집권에 성공한들 무슨 영화를 보겠는가”라며 “문 대통령에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부디 진영을 넘어 나라를 구하시기 바란다”면서 이재용 사면을 촉구
세월호 참사는 벌써 7년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외친다. 세월호 참사 검찰 특별수사단이 지난 1월 고(故) 임경빈 군 구조 지연 의혹 등에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7주기인 지난 16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국회에 의뢰했다. 특검은 세월호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까.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조사와 수사가 거듭됐던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사실관계는 무엇이 있을까. 지난 19일
김상균(73)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입말이 구수하다. 광주 출신인 그는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다가 해직됐다. 민주화를 쟁취한 1987년에야 복직한 그는 MBC 워싱턴 특파원, 보도국장, 기획실장(이사) 등을 지냈다. 마산 MBC와 광주 MBC 사장까지 역임하며 평생 방송기자로 살았다. 현 MBC 보도본부 임원들은 그의 밑에서 초년 기자로 생활했다. 그는 “방송기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고 말한다.그의 마지막 바람은 ‘방송말의 안착’이다. 보다 쉬운 입말이 보도 전파를 타고 안방에 전해지는 일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절(5월1일)에 맞춰 방송국을 개국한다. 유튜브 기반의 방송국 설립은 지난 2월 대의원대회에서 발표한 2021년 사업 계획이다. 지난 1월 취임한 양경수 지도부의 임기 첫 해 목표라는 점에서 이목을 모은다. 신문사들의 방송 도전이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왔다는 점에서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성공 전략이 무엇인지 한상진(52) 민주노총 대변인을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용산참사 망언’을 풍자한 ‘욕도 아깝다’ 논평에 대해 물었다.- 용산참사 책임을 임차인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보고서는 한국 뉴스 수용자 특성으로 ‘편향적 뉴스 이용’을 꼽았다. 한국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40개국 평균인 28%에 비해 16%P 높다. 터키, 멕시코, 필리핀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로 매우 낮았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명명한 ‘해장국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다.지난 3월26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